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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나의 가치를 ‘자전거’로 표현하자면
구 지 원
2021년 희망나래 장학금
누구에게나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순간이 있다. 첫 페달
을 구르는 순간 “지원아! 페달을 밟으라니까!” 그 순간 그대
로 넘어진다. 이것으로 넘어 진지 네 번째다. 좁은 골목, 드문
드문 세워져 있는 자동차. 그 길의 끝과 시작에는 나와 아버지
가 서 있다. 보호 장비라고는 안전모 하나. 7살의 나는 세발자
전거를 놔두고 두발자전거를 타라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 이 자전거 저한테 너무 커요. 그냥 세발자전거
타면 안 되나요?” 무릎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며 일어난다. 목소리
에는 불만이, 미간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너한테 하나도 안 커.
일단 다시 타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이 골목 꼭 통과하고 만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지기 싫었다.
자전거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밟아, 밟아, 밟아!!” 눈을 꼭 감
은 채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왜 넘어지지 않지? 물음표를 던지
며 눈을 떴다. 그렇게 처음으로 오기가 생기고 마음 한편에서는 희
열을 느꼈다. 넘어지지 않겠다고 되뇌며 골목 끝으로 달려갔다. 계
속해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 이 사
실을 깨달은 순간, 바람의 흐름과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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