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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결국 깐부잖아!
2년간의 근로장학생 활동은 내가 타율적인 대학생활을 벗어나,
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깨닫는 전환점이 되었
다. 장애인들도 일부 신체적 불편함이 있을 뿐 우리와 똑같이 소통
하고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직접 경험하며 배운 계
기였다. 내가 맡은 일은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학생과 동행하며 이동
보조, 수업 필기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장애 학생을 돕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의의 불편한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적도 있었고 한여름에 낑낑대며 휠체어를 옮기기도 했
다. 그래도 대학생활을 함께하며 밥도 같이 먹는 동안 애정이 쌓여
갔다. 어느 새 친해져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장
애인들이 생활 중 불편함을 느낄 만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동통로가 없는 건물이나 계단 사이의 턱
이 높다거나 하는 문제점이 도처에 있었다. 대학본부에 문의했으
청춘도 방황도 두렵지 않아
나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내 마
음속에서 무언가 굳은 의지가 생기는 경험을 했다. 언니와 하굣길
에도 동행하고 했는데, 수업이 늦게 끝날 때는 퇴근시간대와 겹치
는 경우도 있었다. 승객이 많았던 저상버스에 언니를 태우는 과정
에서 버스 기사님이 우리에게 사람 많은 시간에 왜 돌아다니느냐
고 다그치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누군가 드라마처럼 정의감에 불타올라 박차고 나가 기사
님께 면박을 주는 장면은 없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장애인에 대한
꿈꾸는 청춘들의 성장 에세이 길을 찾다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