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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즐거움도 잠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주객이 전도되어
학과 공부가 대단치 않게 여겨졌고, 낯선 사람과 협업하는 데서 오
는 스트레스도 커졌다. 학교에서나 대외활동에서나 사람들은 나와
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듯 보여 거리감이 느껴졌다. 무엇보
다 취업만을 생각하고 선택한 대학과 학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
다. 등록금 부담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다짐
그러던 차에 진흥원에서 지급하는 전남학숙 장학금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바엔 공
부해서 장학금을 받아보자. 각종 행사의 열기도 시들해지던 5월,
장학금을 받으려면 학과 성적이 좋아야했기에 나는 수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벼락치기가 효과가 있었던지 성적이 올랐고, 결국
1학년 2학기 때부터 장학금 수혜를 받았다. 머리 아픈 생각을 잠
시 접어 두고, 장학금을 꾸준히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겨 학업에 충
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아닐까.
지속적인 노력 덕에 학과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왜 학교
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학교
를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교내 근로장학생 권유를
받게 되어 장애 학생 도우미를 시작했다. 장애 학생에 대해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편견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해 보자는 도전정신
이 앞서 용기를 냈다.
86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