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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내 수준의 남자를 만나 자식들 키우며 장사하면서 살림
을 꾸려나갔다. 열심히 돈을 모으면 돈에 미쳤다고, 열심히 일하면
일에 미쳤다고 나를 비난하면서 바람피우고 사치하는 희망 없는
생활. 삶을 포기할 수 없어 남편과 결별을 했다. 배운 것 없으니 취
직은 생각도 못 하고 늘 장사를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
은 자식들을 버리고 타지에 가 식당일을 하다가 롯데마트 코너에
취직하게 됐다. 그때는 이력서 등본만 제출하면 되어서 고졸이라
고 쓰면서 손이 덜덜 떨렸다. 정직원이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졸
업장이 없어서 협력업체 직원만 했고 혜택이 별로 없었다. 협력업
체 직원이 되어 전국을 떠돌다 해남에 정착했다.
우연히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를 알게 되어 만학도가 되었을
때 나는 달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
업장을 받았을 때 방송국에 가서 마이크라도 잡고 전국민에게 자
랑하고 싶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나처럼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 수 없었던 이들이 아직도 부끄러움으로 망설이는 것이 안타
까워 학교 홍보대사가 되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만학도의 배
움의 길에서 영어도 배우고 한문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는 내 자
신이 자랑스럽다. 어떤 이들은 부끄러워 감추려고 하지만 만학의
길은 자랑스러운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상황에 맞춰 당
당하게 공부하는 것은 신이 내게 맡겨주신 나의 길이기 때문이다.
해남우수영 시장에서 그릇 장사를 하고 있다. 장날이 아닌 날에는
오전에 공부를 하러 학교에 가지만 4일과 9일 장날이 되면, 낮에
는 장에서 물건을 팔고 야간에 공부하러 학교에 간다.
54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