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My FlipBook
P. 73

그 자리에서 열심히만 하는 일개미 같았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냐는 친구의 질문에 나는 말 대신 침묵으로 답했다. 뒤돌아 생각

            해 보니 나는 목적지도 없이 그저 제자리만을 열심히 도는 물레바
            퀴와 같았다. 세상은 정신없이 앞으로 하나 둘 부지런하게 흘러가

            는데 나만 그 자리에 있는 거 같아 속상했다. 해결의 열쇠가 없다
            는 것이 야속했다. 그 열쇠가 정작 맞지 않는 반대 방향으로 더욱

            더 굳게 잡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

              졸업을 앞두기 전 여름방학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

            각을 해보았다. 나는 일단 실력이 한없이 부족하다고 여겼기에 공
            부가 더 하고 싶었다. 이왕 공부하는 김에 음악의 본 고장인 독일

            로 유학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지
            라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단지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부분을 현실로 일깨워 준 것은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받은
            장학금이었다. 누구나 알듯이 유학을 고민하는 많은 큰 이유 중 하

            나는 자금일 것이다. 타국에서 생활비뿐만 아니라 비싼 월세와 보
            험 등을 비롯해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

            다. 하지만 난 그때 깨달았다. 부딪히는 어려움에 숨을 곳만 찾았
            던 나에게 도피처가 필요한 게 아니라 깨트릴 무언가 필요했다는

            것을. 그 무언가는 아마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을. 실
            패하든 성공하든 깨트릴 무언가를 내 손에 쥐었다는 것에 용감하

            고 나는 아직 젊다는 것에 용기를 가져보기로 했다.

              꿈 하나를 위해 장학금으로 받은 돈으로 막무가내로 비행기 표







            72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