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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끊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인생의 길에 꽃으로만 가득했던 게.
                  무작정 떠난 독일의 삶은 마치 행복의 정의를 내린다면 이때를 말

                  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는 것도, 내가 지금까지 배우지
                  못했던 독일만의 스타일대로 음악을 배우는 것도 비록 낯설지만

                  기분은 좋았다. 내게 첼로라는 악기를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가 언
                  제였냐는 질문에 단언컨대 이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꿈꿔

                  왔던 어마어마한 스테인드글라스 너머 푸른 하늘이 보이는 교회에
                  서 울리는 나의 소리들이 맞물려 아름다운 선율이 천장 끝까지 타

                  고 내려오는 그 느낌을 난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연주하면서 눈물
                  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음악 하는 이유가 그날 또다시 확실해졌

                  다. 물론 힘든 적도 많았다. 항상 가족은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해
                  가 뜨지 않는 독일의 겨울은 정말 힘들었다. 햇볕이 그렇게나 소중

                  한 존재인지 처음 느꼈다. 또한, 학업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생각
           11월의 장미
                  보다 순탄치 않음을 느꼈다. 그래도 같은 패배라도 더 나은 패배가

                  있는 것처럼 어떤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고 곱씹어 나아가고 있었
                  다. 어쩌면 떠오르는 태양보다 져가는 태양이 아름다울 수 있으니

                  고개 숙여도 괜찮다는 위로와 함께. 현재의 나는 독일의 음악 속에
                  여전히 빠져있는 중이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석사 시험을 준비

                  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시험의 장벽이 막막해진 것이 사실
                  이지만 그래도 난 괜찮다. 난 그저 음악을 함으로써 행복하면 되니

                  까.

                    지금의 나는 25살. 대학교 일학년 때의 내가 바라본 25살의 나

                  는 멋진 직장인이 되어있을 것 같았지만, 직장인은 무슨, 백수인




                                                  꿈꾸는 청춘들의 성장 에세이 길을 찾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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